이태원참사 4주기, 추모의 일정과 진상규명의 시간은 다릅니다
서울광장 시민추모대회는 열렸지만, 추모행사의 개최가 진상규명과 회복 지원의 완료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전 계획과 현장 보도를 구분해 살펴봅니다.
10월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는 희생자 160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시작됐습니다. 연합뉴스의 당일 현장 보도에 담긴 장면입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 행정안전부가 알린 프로그램이 실제 추모의 자리로 이어졌지만, 행사의 개최와 참사가 남긴 과제의 해결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먼저 계획과 결과를 나눠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행안부의 22일 발표는 시민 등 2천여 명과 외국인 유가족 30여 명의 참석을 예정했습니다. 24일 현장 보도는 주최 측 추산 약 1,500명, 방한한 외국인 유가족 35명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전 예상과 사후 집계는 생산 시점과 성격이 달라, 어느 한 숫자를 다른 자료의 확정 실적으로 바꿔 쓸 수 없습니다.
시민추모대회는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행안부, 서울시가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 정부 공식 추모식인 ‘4주기 기억식’은 이와 별도로 29일 오전 10시 29분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서울광장의 행사와 광화문의 기억식을 같은 행사로 합치면 추모 일정의 주체와 장소가 흐려집니다.
공동으로 마련한 추모의 자리에서도 요구는 남았습니다. 당일 보도에 따르면 시민대책회의는 생존 피해자와 구조자의 피해를 살피고, 치료와 회복, 생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상규명 역시 계속 요구했습니다. 이는 요구가 제기됐다는 사실이며, 요구한 지원이 이미 제공됐거나 조사가 끝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행안부는 사전 발표에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맞는 추모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추모를 위한 일정표와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표가 겹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념일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조사에서 무엇을 밝혔는지와 지원이 누구에게 닿았는지는 각각 결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 둘을 구분한다고 추모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름을 부르고 함께 기억하는 자리는 상실을 공적으로 남깁니다. 다만 함께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체계가 개선됐다는 성과까지 입증할 수는 없습니다. 재발 방지를 평가하려면 기관의 대응과 책임, 제도 운영에 관한 별도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이 기사는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한 기록이 아닙니다. 정부의 행사 계획과 당일 현장 보도를 대조했습니다. 그 범위에서 확인되는 것은 시민추모대회가 개최됐고, 그 자리에서도 조사와 회복 지원에 관한 요구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참석자 전체의 감정이나 행사 이후의 지원 성과를 추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광장에서 불린 이름은 추모의 시간을 만듭니다. 남은 조사와 지원의 결과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회가 내놓아야 할 또 다른 기록입니다. 29일 예정된 기억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행사가 있었다는 기록과 무엇이 해결됐다는 기록을 따로 남겨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