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금요일을 비우는 방법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을 쉬기 위해 두 회사가 바꾼 것은 근무표만이 아니었습니다. 생산공정·자동화·인력 충원 사례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조건과 수치의 한계를 살펴봅니다.
부산의 신발 깔창 제조사 영창에코는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유급 휴무일로 정했습니다. 직원들의 노동시간은 주 평균 2시간 줄었습니다.
회사가 함께 손본 것은 공장의 작업 방식입니다. 일이 몰리는 공정에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고, 생산계획과 실행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10월 21일 공개한 사례입니다.
휴무일을 정하는 것만으로 그날 하던 일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영창에코의 사례에서 살펴볼 대목도 여기에 있습니다. 줄어든 노동시간을 무엇으로 메웠는지, 그 과정에서 직원의 부담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50시간에서 46시간으로 줄어든 것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영창에코가 깔창 1만 족을 생산하는 데 걸린 시간은 50시간에서 46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소요시간이 8% 감소한 것입니다.
이 수치를 회사 전체의 노동생산성이 8% 올랐다는 뜻으로 읽기는 어렵습니다. 일정한 양의 제품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과, 회사가 투입한 전체 노동시간당 얼마나 생산했는지는 다른 지표입니다. 발표 본문만으로는 공정에 참여한 인원과 각자의 노동시간, 불량률과 비용 변화를 함께 확인할 수 없습니다.
OECD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설명도 생산성을 노동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산출에는 설비와 기술, 다른 생산요소와 조직 운영의 효율도 영향을 줍니다. 이 설명이 영창에코의 성과를 검증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시간이 줄었다는 숫자에서 무엇을 더 물어야 할지 알려줍니다.
생산계획을 더 잘 맞춘 효과인지, 공정 사이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는지, 여러 작업을 맡은 직원이 더 바빠진 결과인지는 나누어 확인할 문제입니다. 이번 발표는 개선 조치와 결과를 소개했지만, 각각의 효과를 따로 측정한 실험은 아닙니다.
자동화 옆에 새 직원 세 명이 있었습니다
같은 발표에 소개된 IT 인프라 유지보수 업체 디아이앤씨는 주 35시간제를 도입했습니다.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쓰고 근로시간 관리와 채용제도를 정비했으며, 인력도 세 명 늘렸습니다. 월간 보고자료 한 건을 작성하는 시간은 8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동화와 인력 충원이 함께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보고서 작성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회사의 모든 업무가 같은 비율로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늘어난 인력의 비용과 자동화에 든 노력까지 알아야 회사가 어떤 선택으로 단축된 시간을 유지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인력을 그대로 둔 채 근무표만 바꾸는 방식과 구분해 봐야 합니다. 사례의 세부 내용은 고용노동부 발표에 담겨 있습니다.
두 회사의 변화는 서로 다릅니다. 한쪽은 공정과 생산관리를 손봤고, 다른 쪽은 업무 자동화와 채용을 함께 추진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평가하려면 며칠을 쉬는지에 더해, 그 시간을 확보하려고 일터 안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살펴야 합니다.
덜 일했는지는 달력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해외 연구에서도 업무 재설계는 중요한 맥락입니다. 2025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근로시간 단축 연구의 공개 초록은 141개 조직의 직원 2,896명을 대상으로 6개월 시행 전후를 분석했습니다. 참여 조직은 시행 전에 효율과 협업을 높이기 위한 업무 재설계를 거쳤습니다.
연구진은 번아웃과 직무 만족도, 정신·신체 건강의 개선을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는 노동자의 상태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부산 두 회사의 생산성이나 비용을 검증한 결과로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논문 전문 대신 공개 초록을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근무시간을 줄여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남습니다. 독일 연방산업안전보건연구원(BAuA)의 안내는 업무를 재구성하거나 인력을 보강하지 않은 채 같은 일을 짧은 시간에 하게 되면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당 실제 노동시간이 줄었는지, 남은 날에 시간을 몰아넣었는지도 구분합니다.
부산 두 회사의 사례는 이런 질문에 대한 출발점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수치는 기업의 개선 사례이며, 모든 사업장에서 같은 결과가 난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직원들의 피로와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생산시간 수치만으로 대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영창에코의 휴무일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입니다. 그 금요일을 계속 비워둘 수 있을지는, 다른 날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